“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우리 집은 내 손으로 지을 거예요. 울도 담도 쌓지 않은 그림 같은 집, 언제라도 놀러 오세요.”
어릴 적 즐겨 부르던 동요 가사처럼, ‘집’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포근함과 ‘행복’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더라도 주인공의 가장 행복한 결말은 꿈에 그리던 ‘드림하우스(Dream House)’를 장만하고, 그곳에서 가족과 희로애락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이처럼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한 개인과 가족의 인생, 그리고 행복 그 자체를 담는 그릇이다.
부동산 에이전트는 겉으로 보기엔 주택 매매를 중개하고 그에 따른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부딪히며 이 직업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면, 집은 단순한 거래의 대상이 아님을 매일 깨닫게 된다. 그 안에는 사람의 스토리가 있고, 감동이 있으며, 특별한 의미가 살아 숨 쉰다. 그렇기에 고객의 마음에 꼭 드는, 그들의 삶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집을 찾아 소개하는 것은 부동산 에이전트에게도 단순한 업무를 넘어선 하나의 ‘꿈’이자 사명이다.
과거에는 집 앞에 꽂힌 ‘For Sale’ 팻말이 매물 정보의 전부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켜면 수십 장의 사진과 함께 수많은 매물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여전히 에이전트와 함께 직접 집을 보러 나선다. 첫눈에 반해 운명처럼 집을 고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몇 달의 긴 시간을 거쳐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집을 보러 다닐 때 고객들이 가장 많이 건네는 말은 “저희에게 꼭 맞는 좋은 집, 꼭 찾아주세요”다. 이 평범하고도 간절한 한마디는 에이전트의 양어깨에 막대한 책임감을 얹어 놓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아침 구두를 닦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밖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동산 에이전트의 하루는 겉보기보다 훨씬 숨 가쁘게 돌아간다. 고객과 함께 다녀온 집을 혹시나 놓친 부분은 없는지 다시 찾아가 보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2~3층 계단과 지하실을 오르내리다 보면 다리에 쥐가 날 때도 있다. 앞선 일정이 지체되어 다음 집주인과 약속한 시간이 어긋날까 봐 시계를 보며 조바심을 내다보면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어렵게 좋은 집을 찾아 계약이 성사되었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고객이 이 집을 제값에 잘 산 것일까’ 걱정되어 컴퓨터 앞에서 밤늦게까지 시장 조사를 거듭한다. 홈 인스펙션(Home Inspection) 날에는 인스펙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혹여나 놓치는 결함은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냉난방기는 얼마나 더 쓸 수 있을지, 혹시 당장 고장 나지는 않을지, 물이 새 거나 외풍이 심한 집은 아닌지 등, 고객이 이 집에서 겪게 될 미래의 삶을 미리 점검하느라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기나긴 융자 서류 심사가 끝나고 마침내 클로징(Closing)을 하는 날. 새 집주인이 된 고객에게 열쇠를 건네며 “집 사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를 건넬 때가 에이전트로서 가장 가슴 벅찬 순간이다. “정말 행복합니다. 좋은 집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환한 미소와 대답 한마디면 그간의 고단함은 눈 녹듯 사라지고 어깨엔 절로 흥이 돋는다.
부동산 에이전트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바로 “좋은 집을 찾아주어 고맙다”는 말이다. 고객의 행복이 고스란히 전이되는 이 뭉클한 경험. 누군가의 ‘행복 찾기’를 잠시 위임받은 사람으로서, 오늘도 나는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키보드에서 손을 떼 차 열쇠를 쥔다. 고객의 그 감사 인사 한마디를 듣기 위해, 다시 한번 마음을 새롭게 정돈하고 문밖을 나선다.
승경호 부동산
KYUNG HO S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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